코스닥 상장업체인'서부트럭터미날'(현 서부티엔디)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었다. 그 꿈이란 주변 상가개발로 교통시설 기능을 하기 어려운 서울 용산터미널의 용도를 바꾸는 것이었다. 소송을 내며 몸부림쳤지만 2심에서도 용도변경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주변이 문화 및 상가 시설로 가득 차 있어 터미널 역할을 하기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 서부트럭터미날이 보유한 1만9150㎡는 지금 외관상 터미널이 들어서기 어려운 상태다.

서부트럭터미날의 꿈은 전신인 '용산관광버스터미날 주식회사'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용산관광버스터미날 주식회사는 서울시로부터 이 부지에 터미널 사업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고 관광버스터미널로 실제 사용했다. 그러나 도심 정체 때문에 버스들이 이곳을 이용하지 않아 차츰 이용객이 줄면서 타격을 받았다. 1998년에는 터미널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한시적으로 터미널 건물 등 시설을 전자제품 상가와 업무시설 등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인가해 줬다. 그러면서 이 일대는 지금의 전자상가로 바뀌게 됐다.

2008년 '용산관광버스터미날'을 흡수합병한 '서부트럭터미날 주식회사'는 용산 터미널상가 부지를 아파트,판매,문화시설 등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이 회사는 양천구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날의 수입과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료 등을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신정동(6만9421㎡) 용지 외에 터미널 사업을 위해 매입했던 인천 연수구 용지(4만7934㎡) 등 부동산을 개발하는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땅을 개발하려 하자 도시계획상 개발제한에 부딪혔다. 여전히 이 시설은 교통시설로 이용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회사는 "용산터미널은 터미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서울시에 '도시계획 시설 해제'를 요구하는 취지의 행정소송(도시계획시설변경 입안제안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하지만 회사는 1심에서 패소했고 다시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김병운)는 다시 서부트럭터미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시계획 시설을 폐지 변경하기 위해서는 '기반시설의 설치 · 정비 또는 개량에 관한 계획'을 수립 · 변경해야 할 것이고 '지구단위 계획'과는 무관하다"며 "지구단위 계획상 이 사건 토지의 권장 용도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판매시설 및 주거용시설 등'으로 변경된 사유만으로는 도시계획시설 지정이 당연히 폐지, 변경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서부트럭터미날에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안 신청을 하도록 했다"며 "협상을 하자는 취지인데 왜 무턱대고 소송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토지의 활용 방안이나 교통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사업자가 개발계획을 내면 그것을 토대로 개발 계획의 적합성,개발이익의 환수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근해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용산터미널 부지가 아파트 등으로 개발되면 땅 가치가 5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